모로코 축구 강국의 비결 (인프라 투자, 이중국적 전략, 전술 혁신)
현재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모로코 국적 선수만 880명, 유럽 전체로는 1,500명이 넘습니다. FIFA 랭킹은 6위권. 10년 전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조차 불안정했던 팀이 맞나 싶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2025년 대회 8강, 올림픽 동메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까지 이건 운이 아닙니다. 구조가 바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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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축구 |
모하메드 6세 아카데미, 1만 5천 명 중 57명을 뽑는 곳
모로코 축구 굴기의 시작점을 따라가면 결국 한 사람에게 닿습니다. 모로코 국왕 무함마드 6세입니다. 2008~2009년, 그는 축구를 국가 경제 발전의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약 1,400만 달러 이상을 쏟아 '모하메드 6세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단순한 훈련장이 아닙니다. FIFA가 직접 '모로코 축구 발전의 보석'이라고 평가한 시설입니다.
제가 이 아카데미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의 유소년 시설이라고 하면 열악한 환경부터 떠올렸으니까요. 그런데 이 아카데미의 접근 방식은 유럽 명문 클럽 아카데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영양사, 심리학자, 피지컬 코치가 상주하며 선수 개인별로 성장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점 하나, 축구뿐 아니라 일반 교육·언어 교육·인성 교육을 병행한다는 철학입니다.
선발 과정은 더 까다롭습니다. 1만 5천 명이 지원해서 단 57명만 뽑힙니다. 현재 실력보다 성장 가능성, 학업 태도, 규율, 인성까지 다각도로 평가합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됩니다.
- 아카데미 출신 47명이 프로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 그 중 15명이 유럽 리그로 진출했으며, 대표적으로 유세프 엔네시리, 아제딘 우나히, 나예프 아게르드가 있습니다.
-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 U-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U-20 월드컵 우승이 모두 이 시스템에서 나왔습니다.
2019년에는 국가대표 훈련 센터, 지도자 교육, 스포츠 과학 연구 기능을 통합한 축구 단지를 추가 개장했습니다. 그리고 전국 12개 지역에 육성 센터를 세워 재능 있는 아이들을 일찍 발굴하고 중앙 아카데미와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완성했습니다. 스포츠 과학(Sports Science)이란 선수의 신체 데이터, 부상 패턴, 심리 상태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학문입니다. 이 개념을 국가 단위 유소년 시스템에 녹여낸 것, 그게 모로코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라진 결정적 이유라고 봅니다.
이중국적 전략, 유럽에서 자란 아이들을 모로코로 데려온 방법
국내 시스템을 재건하는 동시에 모로코 축구협회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작전도 함께 실행했습니다. 유럽에서 성장한 모로코계 이중국적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끌어들이는 스카우팅 전략입니다.
배경을 이해하려면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모로코 노동자들이 대거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등으로 이주했고, 그 2·3세들이 유럽 유소년 시스템에서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유럽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방치하면 그냥 프랑스 대표팀, 네덜란드 대표팀이 되는 겁니다.
모로코 축구협회는 유럽 전역에 스카우트를 배치하고 선수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직접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강팀 대표팀에서는 주전 경쟁이 치열하지만, 모로코 대표팀에서는 핵심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국제 무대 경험의 양과 질이 달라지니 꽤 설득력 있는 제안이었을 겁니다.
그 결과가 아슈라프 하키미(스페인 출생), 하킴 지예흐(네덜란드 출생), 브라힘 디아스(스페인 출생)입니다. 이번 월드컵 명단에도 19명의 이중국적 선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전략을 단순히 "재능 쇼핑"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들에게 정체성의 뿌리를 되찾게 해준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경기 후 어머니를 그라운드로 불러 함께 기도하던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팀 정체성의 표현이었습니다.
여기에 모로코 길거리 축구 문화가 만들어낸 베이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도심 골목과 해변에서 다져진 좁은 공간 탈압박 능력과 1대1 개인기, 이걸 유럽식 전술 규율과 체력 훈련이 감싸면서 '기술과 수비 균형'을 동시에 갖춘 현대적인 팀이 완성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문화적 베이스 없이 전술만으로 만들어진 팀은 어느 순간 천장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로코는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그라기의 전술 혁신, 미드 블록에서 유동성 축구로
좋은 선수와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이걸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레그라기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불과 2개월 전에 부임했습니다. 준비 기간이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조 1위 통과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연달아 꺾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감독 교체 직후 불안하다는 말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저도 솔직히 4강은 예상 못 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레그라기 전술의 핵심은 미드 블록 수비(Mid-block Defense)였습니다. 미드 블록이란 수비 라인을 자기 진영 중간 지점에 촘촘하게 배치해 중앙 침투 경로를 막고, 상대를 측면으로 유도한 뒤 집중 압박으로 볼을 빼앗는 방식입니다. 당시 경기당 실점 0.7골, 클린시트(무실점 경기) 비율 대회 1위라는 숫자가 이 전술의 효과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클린시트란 한 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보면 모로코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게 보입니다. 수비와 역습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전방 압박(High Press)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방 압박이란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볼을 압박해 상대 빌드업 자체를 차단하는 전술입니다. 상대가 롱볼을 시도해도 강력한 피지컬의 수비 라인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압박이 뚫리면 중원에서 다시 한번 거셉니다.
포메이션(Formation)은 기본 4-3-3이지만 실제 경기에선 훨씬 유동적입니다. 포메이션이란 선수들의 기본 배치 대형을 나타내는 수치 표기법입니다. 공격 시 하키미가 높이 올라가고 마즈라위가 중앙으로 내려와 쓰리백을 형성하면서 공격 자원이 순간적으로 4~5명까지 늘어납니다. 암라바트가 센터백으로 내려와 후방 빌드업 인원수를 늘리고, 그 공간을 이용해 하키미에게 롱패스 하나로 상대 압박을 무력화하는 장면도 이번 대회에서 여러 번 나왔습니다.
고정된 역할을 가진 선수가 없다는 것, 이게 상대 수비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입니다. 최전방 사이바리는 내려와서 연계하다가도 박스 안으로 침투해 마무리하고, 브라힘 디아스는 끊임없이 로테이션하며 공간을 찾습니다. FIFA에서도 모로코를 2026 월드컵 유력 다크호스로 분류했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주전 스트라이커 사이바리가 이탈한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압도적인 개인 역량도 있었지만, 이 부분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로코가 갑자기 축구 강국이 된 이유가 뭔가요?
A.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8년부터 약 20년에 걸친 시스템 개혁의 결과입니다. 무함마드 6세 국왕 주도의 아카데미 투자, 유럽계 이중국적 선수 유치 전략, 전술 체계 정비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지금의 모로코가 만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구조 전체가 바뀐 것입니다.
Q. 모로코 대표팀에 이중국적 선수가 많은데 이게 정당한 건가요?
A. FIFA 규정상 이중국적 선수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하는 국가의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의 경우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로코계 2·3세들로, 법적·혈통적으로 모로코와 연결된 선수들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으며, 문제가 되는 사안은 아닙니다.
Q. 레그라기 감독의 전술 특징은 무엇인가요?
A. 기본 골격은 촘촘한 미드 블록 수비와 빠른 역습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전방 압박과 점유율 기반 경기 운영 능력도 추가되었습니다. 포메이션 자체보다 선수들의 유동적인 역할 교환이 핵심이며, 상대에 따라 전술 색깔을 유연하게 바꾸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Q. 모하메드 6세 축구 아카데미 출신 선수로 누가 있나요?
A. 대표적으로 유세프 엔네시리(세비야 → 페네르바체), 아제딘 우나히(마르세유), 나예프 아게르드(레알 베티스)가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이며 모로코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기도 합니다.
Q. 모로코 축구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A. 투자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고, 2030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확정된 상황이라 홈 어드밴티지까지 생겼습니다. U-20 월드컵 우승, U-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등 유소년 단계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어 상승세가 꺾일 이유는 당분간 없어 보입니다. 2030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팀을 보게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모로코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축구에서 "갑작스러운 강팀"은 없다는 것입니다. 20년 전 누군가가 아카데미 부지를 닦고, 유럽 어딘가에서 모로코계 아이를 설득하던 그 순간들이 지금의 6위 랭킹을 만들었습니다. 모로코 축구에 관심이 생겼다면 2026 FIFA 월드컵 모로코의 경기를 처음부터 주목해 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응원하는 것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